스파클의 고급형 전원 공급기 제품에는 보라색의 외관이 쓰이는 일이 많은데, ZEN400에도 외관을 보라색으로 치장했다. 외부 재질은 모두 알루미늄 재질을 써서 냉각 효율을 높이도록 되어있다.
　

　ZEN400의 가장 큰 특징인 팬리스 디자인. 보통 전원 공급기라면 냉각팬이 달려있을 만한 위치에 ZEN400은 아무 것도 달려 있지 않다. 대신 윗면 전체를 덮는 커다란 크기의 방열판이 달려있고, 측면에는 내부의 열을 배출하기 위한 통풍구가 4면에 걸쳐 마련되어 있다.

　ZEN400의 방열판을 따로 떼어낸 모습으로, 외부 재질과 마찬가지로 알루미늄 재질로 되어있다. 거대한 크기와 함께 통짜 알루미늄으로 되어있는 덕분에 무게가 상당히 묵직한 편이다. 직접 전원부에 접촉되진 않고 하단의 접촉 부위가 ZEN400 내부의 방열판과 접촉되어 열을 전달받아 식히는 구조로 되어있다.
　

　ZEN400의 세부 출력은 듀얼 채널 12V, 채널당 14A, 13A 세기로 정격 400W, 최대 560W의 출력을 갖는다. 고출력 전원 공급기가 많은 요즘, 400W 정격 출력은 다소 부족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ZEN400의 정격 400W 출력은 이유가 있다.

　다음 페이지의 내부 구조에서 알 수 있겠지만 ZEN400은 560W 출력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그럼에도 정격 출력을 400W로 표기해 놓은 것은 바로 냉각팬이 없기 때문으로 400W 이상의 출력을 내게 되면 내부 발열이 문제가 되어 국제 허용 기준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만약 ZEN400의 열을 추가적으로 잡을 수 있다면 충분히 500W 급 전원 공급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케이블 연결 부위에도 통풍구가 마련되어 있다. 실제 전원 공급기에서 발생한 열이 가장 배출 되기 힘든 부분이 케이블 연결 부위이므로 이 부분에도 통풍구를 준비한 것은 좋은 조치로 생각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스마트 케이블 연결 방식이 채용되지 않은 점인데, ZEN400의 내부에는 각종 부품들이 꽉 들어차 있기 때문에 스마트 케이블 방식의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ZEN400의 거대한 방열판을 들어내면 또 다시 두 개의 거대한 방열판이 반겨준다. 내부의 방열판이 외부 주 방열판과 접촉되어 내부 열을 전달시키며, 두 방열판의 사이에는 써멀 패드가 발라져 있다.
　

　수 많은 전원 공급기를 분해해 왔지만... ZEN400은 덮개 겸 방열판을 제거해도 내부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기에... 별 수 없이 기판 채로 들어내야만 했다. 기판을 들어내는 작업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며, 자칫 부품이 파손될 위험도 있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들은 웬만하면 참기 바란다. (사실 보증 스티커 때문에 방열판을 분해하는 순간 A/S는 안드로메다로 간다.)

　정말 이게 400W 출력 제품의 내부란 말인가? 정체를 드러낸 ZEN400의 내부는 거대한 방열판과 함께 각 부품들이 빈틈없이 꽉꽉 들어차 있다. 부품들의 구성도 400W 출력 제품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 정도의 고급 부품들로 구성되어 있어, 냉각팬을 달아 560W 제품으로 쓰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탄탄히 구성되어 있다.
　

　전원 입력단에 위치한 EMI 필터가 고급스러운 부품으로 2중 처리되어있다. EMI 필터는 AC 전원 입력단에서 전원 공급기로 보내기 전에 전류의 파형을 고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메인 캐패시터는 450V 470㎌ (마이크로 패럿) 용량의 캐패시터 한 개가 쓰였다. (캐패시터를 뜯어낼 수 는 없으니... 사진이 잘 안보여도 양해 바란다) 보통 400V 이상의 캐패시터는 액티브 PFC 회로를 장착한 제품에 쓰이는데 ZEN400도 액티브 방식의 PFC 회로가 쓰였기에 450V 캐패시터를 달고 있다. 캐패시터의 용량이 전원 공급기의 능력을 모두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ZEN400에 쓰인 450V 470㎌ 용량 캐패시터는 정격 출력 650W 이상의 제품에나 쓰이는 용량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ZEN400은 액티브 방식의 PFC 회로를 탑재하고 있다. PFC 회로는 Power Factor Correction의 약자로, 출력단의 역률을 개선하여 전원 공급기의 전력 효율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 패시브 방식과 액티브 방식 두 가지가 주로 쓰이며, ZEN400에는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액티브 방식의 PFC 회로가 쓰였다.

　안전 퓨즈, 안전 접지 등의 전원 공급기와 PC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저가형 전원 공급기에도 찾아 볼 수 있을 정도로 필수적인 구성품들이다. ZEN400도 안전 퓨즈와 안전 접지를 구성하고 있으며, 안전 퓨즈의 경우 튜브형을 채용하고 있다.

　ZEN400의 가장 큰 특징인 팬리스 디자인은, 생각해보면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전원 공급기의 특성상 작동시 많은 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처리하기 위한 냉각팬을 없애 버렸다는 것은 자칫 제품의 작동 안정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ZEN400이 과감히 냉각팬을 없애버린 것은 그만큼 발열 문제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며, 전원 공급기 제조에 많은 노하우가 있는 FSP의 기술이 있기에 가능할 일일 것이다. 냉각팬이 없는 ZEN400의 발열 특성은 어떨지 직접 온도를 재봤다.
　

　테스트 시스템은 코어 2 익스트림 X6800 프로세서와 GeForce 7950 GX2 2개를 쿼드-SLI로 구성한 후 평상시와 풀로드시의 온도 변화를 쟀다. 온도 측정은 ZEN400의 주 방열판에 온도 센서를 접착시켜 쟀으며, 실내 온도는 24.8도인 상태이다.
　

　테스트 시스템의 최대 성능을 끌어낸 상태의 소비 전력이다. ZEN400의 정격 출력에 달하는 406W 가량의 전력 소모로, 이 정도면 ZEN 400의 힘을 테스트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되어 이 상태에서 풀로드시 온도 변화를 쟀다.
　

　온도는 2분 간격으로 30분 동안 변화를 측정했다. 평상시 온도는 실내 온도와 비슷하게 시작하여 36도 정도까지 상승했고 이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풀로드시 온도는 36.5도에서 시작해 30분 후 46.6도에 도달했다. 아무래도 ZEN400의 정격 최대 출력에 해당하는 400W 이상의 전력을 계속해서 끌어다 썼기에 온도 상승도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46도라는 온도가 낮은 온도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제품들과는 다른 냉각팬이 없는 구조에 계속 최대 부하를 주었다고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테스트는 이후 한 시간 정도를 더 유지했다. 테스트 PC 작동에 별다른 문제점은 발생하지 않았고, ZEN400에 가해지는 부하가 다소 가혹한 상황이긴 했지만 이 정도 부하에서도 잘 견디어냈기 때문에 실 사용시에도 전원 공급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PC 부품들은 성능 만큼이나, 전력 1W당 성능비, 즉 전력 효율도 점차 중요시되고 있다. 이왕이면 성능도 좋으면서 밥도 조금 먹는 제품이 좋지 않겠는가. 전원 공급기도 전력 효율 전문 기관인 80 Plus의 인증을 받은 80% 이상의 효율을 보이는 제품이 사용자들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ZEN400의 전력 효율 테스트는 위 테스트 시스템에서 그래픽카드만 GeForce 8800 GTX로 바꾼 뒤 진행되었다. 평상시(IDLE)시의 전력은 PC가 켜진 후, 10분 뒤의 전력 소모, 풀로드시의 전력은 3DMark06의 픽셀 쉐이더 테스트를 반복 후 10분 후의 전력을 쟀다. 테스트에 영향을 줄이기 위해 에어컨은 끄고 진행되었다. (덕분에 사무실내 민원이 다소 있었다)

　테스트 결과 ZEN400의 전력 효율은 상당히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평상시와 풀로드시 모두 다른 제품들에 비해 상당히 좋은 전력 효율을 보였고, ZEN400이 80 Plus 인증을 받은 제품이긴 하지만 다른 80 Plus 인증 제품들과 비교해도 효율면에서 상당히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시소닉과 에너맥스의 제품이 80 Plus 인증 제품이다)

　동일한 시스템을 돌리는데에도 전원 공급기의 효율에 따라 최대 80W 가량의 큰 전력 소모가 차이 난다는 것이 다소 신기하기도 한데, 그런 만큼 전력 효율도 그냥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아무튼 ZEN400의 높은 전력 효율은 꽤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다.

　과감히 냉각팬을 없애고 진정한 0dB의 작동 소음을 갖게 된 스파클의 ZEN400은, 나날이 고출력화 되어가는 전원 공급기 시장에서 감히 냉각팬을 없애 버릴 생각을 한 스파클(FSP)의 시도를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이전에도 냉각팬의 소음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많았고, 작동 소음을 귀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떨어뜨린 제품들도 여럿 있지만 아예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 ZEN400에 비하면 할말이 없는 노릇이다.

　ZEN400의 힘의 근원인 내부 구조를 보면, 내부만 봐서는 400W 전원 공급기로 생각하기 힘든 수준의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다. 사실 560W 전원 공급기로 봐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지만, ZEN400의 출력이 정격 400W로 묶여 있는 것은 전원 공급기의 최대 부하에 가까워 질수록 발생하는 온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냉각팬이 없이 오로지 방열판으로만 힘들게 열을 식혀야 하는 ZEN400은 그만큼 실력을 기본 이상으로 갖춰야 했던 것이다.

　기본 이상의 튼튼한 구성 덕분인지 400W 이상의 전력을 요구해도 ZEN400은 문제 없이 잘 작동했고, 전력 효율 부분도 상당히 뛰어난 수준이었다. 80 Plus의 인증을 받은 제품이기에 어느 정도 뛰어난 효율을 보일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실제 효율은 기대 이상으로 뛰어났다. 80 Plus 인증을 받은 다른 제품들과 비교해봐도 월등한 수준이기 떄문에 한 푼이라도 아끼고픈 이들은 ZEN400에게 좋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원 공급기로써 ZEN400의 실력은 흠 잡을 데 없었다. 다만 온도는 한번쯤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대형 방열판과 모든 외관을 알루미늄으로 처리 하는 등, 열을 잡기 위한 조치는 취해져 있지만 아무래도 기존 제품들과 달리 열을 외부 배출할 수 있는 기능이 대폭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ZEN400은 이런 문제가 충분히 감안된 제품이긴 하지만 케이스 쿨링에 좀 더 신경을 써주는 것도 나쁘진 않은 일이다.
　

　ZEN400의 0dB 팬리스 디자인은 스파클의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ZEN400의 능력을 떠나서 진정한 무소음을 구현한 스파클의 도전은 그 시도 자체만으로도 훌륭했다. 차후 히트 파이프 등을 추가해 냉각 효과를 더욱 높인 제품도 개발된다면 더욱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찌되었건 지긋지긋한 냉각팬의 소음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소음도 0dB의 제품을 우리가 쓸 수 있게 되었다. 남은 것은 바로 당신의 선택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