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PC 자체의 성능만큼이나 이의 사용 환경이 주요한 변수로 부각되며 PC에서 발생하는 열이나, 또는 이 열의 해소를 위한 팬의 소음 등도 하드웨어를 선택하는데 있어 빼먹지 말아야 할 주요한 변수가 되었다. PC의 성능은 나날이 발전해 이제 웬만한 하드웨어로 못하는 작업이 없을 정도이지만 과거와 같이 성능만 좋다면 나머지는 모두 감수하려는 유저들보다 간단한 작업 하나도 보다 쾌적한 환경을 원하는 유저들이 훨씬 많은 오늘날의 하드웨어는 성능 외에 요구 받는 부분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시스템에서 소음을 발생시키는 부분은 어디일까? 이는 결국 '발열'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게 되는데, 발열의 발생 지점이 바로 소음의 발생 지점이 되기 때문이다. 높은 발열이 발생하는 부분은 이의 해소를 위해 히트싱크와 팬을 이용해 열을 식히게 되고, 이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소음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이를 줄여보고자 의도한 다양한 제품이 시중에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완전한 무소음에 가까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매우 요원해 보인다. HDD의 소음을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SSD', 프로세서의 소음을 없앨 수 있는 저전력/저발열 CPU와 GPU, 그리고 케이스 전체를 웅웅거리며 울게 만드는 부밍의 주범인 파워 서플라이 등, 아직도 상당한 하드웨어들이 무소음에 대응하려면 한참을 더 발전해야 한다. 아니, 첨예한 '성능 경쟁'의 장이 되고 있는 CPU, GPU 등은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실현되기 어려운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파워 서플라이는 그 자체로도 상당한 발열이 발생하는 제품이며, 또 시스템 내부의 더운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는 역할도 함께 하기 때문에 팬의 채용이 필수적인 제품이다. 최근에는 효율을 높이고 소음은 줄이기 위해 비교적 큰 사이즈의 팬이 채용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이런 제품들도 계속적인 사용에 따라 발열량이 증가하면 결국 팬의 속도도 증가하기 마련이므로 정숙성은 그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때 케이스와의 조합이 좋지 않다면 이 팬의 진동 등으로 말미암아 케이스 전체가 웅웅 거리고 떨리기까지 한다. 조용하고 성능 좋은 CPU 쿨러와 VGA 쿨러를 장착해 주었는데도 어디선가 기분 나쁜 소리가 점점 커져온다면? 아마도 파워 서플라이가 범인일 확률이 매우 높지 않을까?

 유수의 파워 서플라이 제조사인 FSP 제품을 국내에 공급하는 스파클텍에서 눈이 번쩍 뜨일만한 신제품을 내놓았다. 참신하기도 하고, 감탄스럽기도 하며, 또 '무소음' 이란 타이틀을 위해 파워 서플라이 자신의 일을 여타 하드웨어나 팬에 전가시켜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함께 드는 제품인데, 확연히 구별되는 사실 한 가지는 기존 파워 서플라이와는 개념부터 구조까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일 것이다.

 ZEN400은 정격 400W 파워 서플라이로 흔히 사용되는 일반적인 시스템에 충분한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400W 파워 서플라이로는 Peak 값이 560W로 굉장히 높은 것이 다소 의외인데 이 부분은 ZEN400의 구조 등과 함께 둘러보아야 이해가 가능하다.

 이밖에 ATX12V V2.2를 지원해 듀얼 레일 12V 출력을 가지는 것도 확인할 수 있으며, 전력 효율이 80%를 넘는 제품에 한해 인증되는 80 PLUS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실제 효율은 85% 이상인 파워 서플라이이며 Active PFC가 채용된 제품이다.
　

 앞 장에서 ZEN400이 '무소음'을 실현한 제품으로 소개는 했지만 정작 어떤 특징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ZEN400의 가장 큰 특이점을 단 한마디로 규정하면 "팬이 없다" 정도가 될 수 있다. 다른 제품도 아닌 파워 서플라이에 팬이 장착되지 않은 것이다.

▲ 스파클 ZEN400

 세간의 속설이 다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파워 서플라이에 얽힌 재미있는 속설 중 하나는 "무거울 수록 좋은 파워 서플라이다" 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크기야 이미 규격화된 제품이니 여타 제품과 다를 바가 없겠지만 타사의 고급형 600~700W급 파워 서플라이를 들어올릴 때의 그런 묵직한 느낌을 고작 400W의 출력을 내는 ZEN400이 가졌다는 것은 리뷰어로서도 깜짝 놀랄 일이었다.

 팬이 없는 디자인을 채용하기 위해 상당히 고심하고 신경을 썼는지 외관까지 흠잡을 곳 하나 없을 만큼 완벽에 가깝게 제품을 마무리 해 놓았다. 작은 틈 하나 벌어지거나, 무언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도 전혀 없이 정말 '완벽하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마무리가 잘 되어 있다. 또 발열의 해소를 위해 케이스를 모두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는 점도 여타 제품과 다른 부분이며, 시각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주는 청색 도장도 눈길이 가는 부분이다.

 제품의 레이블이 붙어있는 윗면을 제외하면 나머지 5면엔 모두 촘촘한 에어홀이 뚫려 있다. 열전도가 좋은 알루미늄과 수없이 많은 에어홀의 채용으로 팬을 사용하지 않음으로 발생하는 열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로 파악된다.

▲ Label

 제품에 관련된 간단한 정보와 출력을 기록한 레이블이 상단에 위치한다. 상세 부분은 첫 장에 포함된 사양과 동일하다.

▲ 아랫면

 아랫면을 보면 더욱 놀라게 되는데, 굵직한 알루미늄 블럭을 그대로 가공해 그 자체가 히트싱크의 역할을 하게끔 만들었다. 방열핀 사이는 완전히 개방된 구조로 파워 서플라이 내부로 공기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공간이 열려 있어 내부의 부품들까지 확인된다.

▲ 아랫면

 히트싱크 역할을 하는 아랫면의 알루미늄 블럭을 제거하면 내부 구조가 드러난다. 아뿔싸, 이 일을 어떡해야 할까? 내부 구조를 독자들께 보여 드려야 하는데 도무지 사진을 촬영할 방법이 없다. 내부의 부품들 모두가 커다란 히트싱크 안으로 숨어버렸기 때문인데, 보이는 것이라곤 400W에 걸맞지 않게 큼직한 일본제 커패시터와 전원의 입력부에 필터가 전부이니 이 일을 어떡해야 하는 걸까? 안타깝게도 내부의 히트싱크는 리뷰어의 실력으로 분해해 낼 수도 없었다.

▲ 내부 히트싱크

 팬이 없는 구조가 갖는 취약성을 만회하기 위해 내부의 발열지점은 커다란 히트싱크 두 개를 이용해 모두 연결되어있다. 또 이 히트싱크는 외부에서 2차 히트싱크 역할을 하는 알루미늄 블럭으로 열을 발산시키게 되는데, 내부의 히트싱크와 외부의 히트싱크는 직접적인 접촉을 하고 있지만 열전도를 높이기 위해 써멀 패드와 써멀 컴파운드가 동시에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내부의 발열을 커다란 두 개의 히트싱크가 흡수하고, 이는 케이스와 히트싱크의 역할을 동시에 하게 되는 외부의 알루미늄 블럭에 의해 발산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 EMI 필터

 ZEN400의 마무리가 대단히 깔끔하다는 인상은 외부 뿐 아니라 내부도 동일하다. 품질 좋은 고급 파워 서플라이를 들여다 보아도 내부의 PCB 등은 다소 거친 것이 많지만 ZEN400은 내부의 케이블 하나 까지도 완벽하다 할만한 수준으로 마무리 해 놓고 있다. 팬이 없는 제품을 만든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외부나 내부의 마무리는 지금껏 경험한 어떤 파워 서플라이보다 훌륭하다 평해도 될법한 수준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외의 사진은 촬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큼직한 커패시터가 살짝 드러나기는 하지만 사진 촬영의 특성상 히트싱크로 덮인 내부의 커패시터까지 광량이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없었고, 정류부나 변압부, Active PFC 등은 미세한 틈으로 극히 일부분만 드러나기 때문에 사진 작업이 애초에 불가능했다. 안타깝지만 이 부분은 최대한 세세한 설명으로 풀어가기로 하자.

 먼저 커패시터에 관련해, 정격 400W의 출력과 Active PFC를 채용한 파워 서플라이 치고는 너무 크다는 느낌이 계속적으로 들었고, 이는 첫 장의 사양에서 Peak시 560W 라는 예상 외의 높은 출력과 어떤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할 수 있었는데, 머리 나쁜 리뷰어는 이 문제에 정확히 들어맞는 답을 찾아내지 못했지만 스파클텍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었다.

 이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간단명료하다. 간단히 말해 ZEN400에 사용된 부품들과,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파워 서플라이의 실제 용량은 정격 400W가 아니라는 것. 이보다 낮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ZEN400은 반대이다. 이 파워 서플라이가 출력할 수 있는 실제 전력량은 500W이상, 그것도 최대가 아닌 정격 500W 이상의 출력이 가능한 파워 서플라이라는 것. 내부의 커패시터나 Peak시 출력 등을 고려하자면 약 510~520W 가량의 정격 출력은 가능한 파워 서플라이라 보아도 무방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높은 출력이 가능한 파워 서플라이를 고작 400W 용량으로 출시했을까? 여기에 바로 수없이 많은 연구와 테스트, 고뇌의 결과가 담겨있다. 대부분의 파워 서플라이는 최대부하에서 최고 효율을 보이지만, 이때에는 발열량도 최고점을 기록하게 된다. 그런데 ZEN400은 이 발열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해결해주는 팬이 없기 때문에 히트싱크 만으로 이런 고전력과 고발열이 계속되는 상황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하드웨어는 500W 이상의 성능으로 만들되, 실제 사용시 최고 400W 정도에서 사용하도록 한다면 파워 서플라이가 400W 가량을 출력하는 경우에도 하드웨어가 가진 본연의 능력에 80%를 넘지 않게 되므로 발열이 발생하는 정류, 변압부의 부품들이 여유를 가지고 동작하게 되고, 이 덕분에 발열량 자체가 그만큼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제품을 500W로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도 스파클텍은 명확한 답변을 해 왔는데, 주변 환경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500W 이상의 출력이 가능하다고 한다. 더구나 ZEN400은 프레임과 케이스 모두가 알루미늄이고, 내, 외부를 가릴 것 없이 커다란 히트싱크가 채용되어 있기 때문에 팬을 장착하는 경우 이로 인한 효과는 더욱 클 것이 자명하므로 결국 적당한 팬을 아주 낮은 속도로 구동하는 정도로만 쿨링을 추가해 준다 해도 얼마든지 500W 파워 서플라이로 변신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굳이 팬을 추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케이스 내부에 설치된 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400W 이상의 출력이 필요한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능히 감당할 수 있다. ZEN400의 실제 용량은 500W가 넘으니까 말이다.

▲ 커넥터

 제공되는 커넥터의 수는 여타 400W 제품과 비슷하다. 500W 이상의 출력이 가능한 파워 서플라이라고는 하나 400W 이상 출력을 막는 제어장치가 없고 - 있다면 오히려 더 곤란하지 않을까? - , 400W를 초과하는 전력에 관해서는 파워 서플라이에 적당한 쿨링이 추가돼야 하는데 이는 충분한 지식을 가진 유저가 아니라면 정확히 판단하고 조율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모든 커넥터를 이용하는 경우 약 400W 수준의 전력 소모가 이루어지는 정도로 커넥터의 숫자를 맞춘 것이 아닌가 예상된다.

 ATX 커넥터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20 + 4핀 방식이며, CPU를 위한 4핀 보조전원 커넥터 역시 빠짐 없이 지원하고 있다. 다만 메인보드에 따라서는 CPU에 8핀 보조전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ZEN400은 4핀 전원 하나만을 지원하고 있어 확장이 필요한 경우 다소 난처할 수 있으므로 인텔 계열의 메인보드 중 CPU를 위한 보조전원이 8핀인 메인보드를 사용하는 유저라면 충분한 확인이 필요하다.

 근래 사용빈도가 늘고 있는 Serial ATA 커넥터를 4개까지 지원하고, 전통적인 드라이브들이 사용하는 4핀 커넥터를 6개까지 지원한다. 일반적인 PC라면 한 두 개의 HDD와, 역시 한 두 개의 ODD가 장착되는 선에서 드라이브 구성이 끝나므로 커넥터의 숫자가 크게 부족하지는 않다. PCI-Express의 경우 하나의 커넥터를 지원하는데, 최근엔 보급형 VGA들도 SLi나 CrossFire를 지원하고 있으므로 하나쯤 더 지원해도 나쁘지 않겠지만 만에 하나 고사양 VGA를 연결하는 경우 급격히 증가하는 전력량에 따르는 발열이 문제가 될 수 있고, 이를 능동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유저가 아니라면 파워 서플라이의 발열을 감당할 수 없게 되므로 안전하게 하나만을 지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된다. 최근의 PC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하드웨어가 VGA임을 감안하면 두 개의 지원은 예기치 않은 상황을 불러올 가능성이 농후하니까 말이다.

▲ Mesh Reform

 연결과 분리가 간편한 몰렉스 커넥터가 사용되었으며 모든 케이블은 파란색으로 Mesh 리폼 처리되어 있어 선정리가 간단하다. PCI-Express용 케이블은 별도로 붉은색의 그물망을 이용해 처리함으로써 이 커넥터가 메인보드와 연결되는 것이 아님을 알리고 있다.

 고급형 파워 서플라이의 경우 케이블의 리폼과 모듈 방식을 함께 사용하는 예가 많아 ZEN400이 모듈방식이 아닌 것이 다소 아쉽지만, 반드시 사용해야 할 커넥터의 숫자를 제외하면 남는 것이 많지는 않으므로 선정리 자체가 복잡하거나 시스템 내부가 지저분해 질 정도는 아니라 할 수 있다.

▲ 전원 스위치

 대개 아주 쉬운, 또 남들에겐 걱정거리조차 되지 않는 일이 이상하게 나에겐 어렵고 만만치 않은 일인 것이 한 두 가지쯤은 있게 마련이다. Right와 Left의 방향이 이상하게 자꾸 혼동이 된다든지, 또는 스위치의 ○ / ─ 표시 중 어느 쪽이 켠 것이고 어느 쪽이 끈 것인지를 자꾸만 헷갈리는 것 같은 일 말이다. 부끄럽지만 리뷰어가 바로 스위치의 저 표시를 자꾸만 혼동하는 케이스이다. 한번에 바로 이해한다면 이후에도 문제가 없겠지만, 아주 쉬운 일도 처음 한 번을 반대로 인식하면 이후에도 이 인식에 계속적으로 혼동이 발생하는 예가 있기 때문인데, ZEN400에는 스위치에 LED가 장착되어 있어 이런 혼란도 방지해준다. LED가 점등되면 사용 가능한 상태를 표시하는 것이고, 스위치를 반대로 작동시키면 LED도 함께 꺼진다.

▲ 액세서리

 매뉴얼과 선정리를 위한 두 개의 타이, 보증서 등 비교적 간단한 액세서리들이 제공된다. 케이스에 부착할 수 있는 FSP의 스티커도 제공된다.

 전 장에서 ZEN400이 실제로는 500W 이상의 출력이 가능한 제품임을 밝힌바 있다. 다만 패시브 쿨링 방식으로 발열량의 제어를 위해 400W 수준에서 사용하도록 조정된 제품이므로 별도의 팬을 장착한 경우가 아니거나, 또는 주변에 설치된 팬의 간접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400W에 맞추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물론 더 높은 출력이 필요한 경우 조금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면 얼마든지 추가적인 출력이 가능하다는 점도 이 제품이 가지는 강점 중 하나일 테지만 말이다.

 2.4GHz의 듀얼 코어 프로세서와 GeForce 8600GT, 세 개의 7200RPM HDD, 그리고 세 개의 ODD가 장착된 시스템을 테스트에 이용하였다. 메인보드상에서 지원하는 NIC, 사운드, USB 기능 등은 모두 이용하고 있는 상태이며 PCI 방식의 RAID 카드도 하나 장착된 상태이다. 전반적으로 400W 파워 서플라이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만한 사양이지만 그 이하의 파워 서플라이로는 조금 버거운, 즉 400W 정도가 최적의 선택이 될만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 전압 측정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전압을 측정할 수도 있지만 충분히 신뢰할만한 정확성을 얻기 힘드므로 멀티미터를 이용해 실제 출력되는 전압을 측정해보자. 비교적 간단한 테스트 이므로 흔히 사용되는 저렴한 멀티미터를 이용해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한데, ZEN400의 출력 특성은 기대 이상이었다.

 시스템을 부팅한 후 아무런 작업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출력되는 전압을 측정한 결과이다. 5V가 5.03으로 미세하게 높은 것을 제외하면 12V와 3V는 오차랄 것 없는 규정전압 그대로가 인가되고 있다. 상당히 여러 종류의 파워 서플라이를 테스트 했던 리뷰어에게도 이렇게 정확한 전압이 측정됐던 기억은 아직까지 없고, 정확한 전압이 인가되기로 유명한 모 파워 서플라이의 고급형 제품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정확성이 아닐까 생각된다.

 대부분의 고용량, 고급형 파워 서플라이도 약간씩의 오차와 변동은 있게 마련이고, 편차가 크지 않은 이상 시스템의 구동이나 안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으므로 그다지 문제시 될만한 부분은 아니지만 마치 오차가 없다는 듯 정확한 기준값이 측정되는 경우라면 역시 기분이 나쁠 리 없다. 전압의 변동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각각의 전압에 대해 2분 이상 연속적으로 측정했지만 12V, 5V, 3.3V 모두 측정 중에 단 한차례도 전압 값이 변하지 않았다. 이정도라면 입력되는 전압이 정확한 것도, 또 그 전압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도 모두 최고 수준이다.

 시스템에 최대한의 부하를 주는 테스트는 전압의 최소값과 최대값을 각각 측정해 이 편차까지 함께 기입하고자 계획했었지만 연속된 테스트에서 먼저 포기해 버린 건 다름아닌 리뷰어였다. 무언가 변화가 있어야 기록을 해도 할 것이고 편차가 생겨도 생길 것인데, ZEN400은 측정 시작부터 5분여를 계속적으로 한 전압값만 측정해도 기껏해야 한 번 가량, 그것도 딱 0.1V가량 순간적으로 변화할 뿐 거의 '항상' 이라 해도 좋을 만큼 같은 값만을 가리키고 있었다. 행여 멀티미터의 품질 때문인가 싶어 의도적으로 저용량, 저가의 파워 서플라이를 통해 멀티미터의 신뢰성을 확인해 보았지만 계속적으로 들쭉날쭉 하는 전압을 정확히 측정하고 있었다.

 500W가 넘는 하드웨어에 400W 이하의 부하는 일도 아닌 느낌이라고 할까? Idle 시에 비해 약간의 하락이 있긴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공급되는 전압은 무서우리만치 일정한 값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적어도 400W 이하의 전력이 사용되는 환경이라면 '언제나 일정한'에 정확히 부합되는 전력 공급이라 할만하다.

▲ 발열 측정

 그렇다면 발열은 어떨까? 이 파워 서플라이가 FSP의 제품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믿고 사용할만한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작 궁금한 부분은 팬 없이 히트싱크만으로 쿨링이 이루어지는, 이전의 제품들 중에선 거의 발견할 수 없었던 이런 방식이 과연 파워 서플라이의 발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지 일 것이다.

 발열의 측정을 위해 입력된 전기의 정류와, 또 변압을 위한 각종 레귤레이터들이 연결되어있는 내부의 히트싱크에 직접 박막센서를 설치하였다. 이후 파워 서플라이는 출고 시와 마찬가지로 다시 케이스를 완전히 조립한 상태로 만들었다.

▲ 온도 측정 결과

 실내온도는 28도를 넘는 상황이지만 모든 유저들이 언제나 쾌적한 에어컨 바람을 쐬어 가며 PC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또 한국의 유저들은 이제 곧 뜨거운 한여름을 보내야 한다. 이정도의 조건이 가혹하다면 다른 곳은 몰라도 한국에서 사용되기에 적합한 파워 서플라이는 분명 아닐 터, 높은 실내온도를 무시하고 그대로 온도 측정에 들어갔다.

 금속의 특성상 28도가 넘는 실내온도지만 파워 서플라이 내부의 온도는 약 26.5도 로 2℃ 가량 낮게 시작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온도 측정 결과는 다소 의외이다. 약 26.52℃에서 시스템을 부팅 시키자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하더니 약 22분 가량이 지나자 의외로 낮은 30.6℃에서 안정되었다. 3DMark06을 이용해 시스템에 부하를 주는 경우도 약 17분 가량이 경과하자 35.1℃에서 온도의 상승이 멈추었다.

 물론 이번 테스트는 파워 서플라이를 케이스 내부에 장착한 후 케이스까지 완전히 밀폐시킨 상태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파워 서플라이를 케이스 내부에 장착하긴 했지만 계속되는 테스트 등을 위해 측면 커버는 개방한 상태로 측정된 결과이므로 케이스를 완전히 닫으면 적어도 5℃ 이상의 온도 상승은 추가로 발생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 결과는 다소 놀라운 것인데, ZEN400의 발열량은 일반적인 파워 서플라이의 그것보다 오히려 적은 수준에서 제어되는 것이 확인된다. 특히 Idle시와 Full Laod시의 온도 차가 예상 외로 매우 적어 스파클텍의 답변대로 이 제품이 실제 400W의 출력을 가지는 파워가 아닌, 그 이상의 출력이 가능한 제품임이 확인되고 있다.

 두 시간 이상 연속된 사용 후 손으로 파워의 케이스를 만져보아도 표면이 미지근한 수준으로 약간의 열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내/외부를 알루미늄으로 처리하고, 대형 히트싱크와 외부의 케이스 자체까지 히트싱크화 한 것이 예상보다 훨씬 좋은 효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이정도의 발열이라면 뜨거운 한여름도 걱정 없이 버텨줄 수 있지 않을까?
　

 ZEN400을 사용하고자 하는 유저라면 먼저 시스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를 바래본다. 대부분 파워 서플라이의 팬은 파워 자체의 발열 해소 외에 시스템 내부의 더운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는 기능도 함께 하게 되지만 ZEN400에는 그 역할을 해줄 팬이 장착되어 있지 않다. 상당히 넓은 면적의 에어홀이 존재하고, 대류현상에 의해서도 더운 공기는 배출되지만 이정도로도 충분한 제어가 가능한 시스템인지, 아니면 공기배출을 위해 추가적인 제어가 필요한 시스템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사용자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하지만 ZEN400이 가지는 의미를 애써 축소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이 제품은 고질적인 소음 발생의 주범이었던 파워 서플라이의 소음을 원천적으로 제거한 100% 무소음 파워 서플라이다. 과거 국내 기업에서도 케이스와 함께 무소음 솔루션으로 비슷한 성향의 제품을 선보인바 있지만 ZEN400 역시 상당한 연구와 노력, 고심의 결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느낌이 여러 곳에서 묻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현존하는 파워 서플라이 중 '정숙성' 면에선 더 이상 넘을 수 없는 0 dB을 실현한 제품이니까 말이다.

 ZEN400의 출시가에 대한 정보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이 어렵고, 해외의 가격 정보를 확인했지만 이것이 국내 사정에 얼마나 들어맞을지도 미지수이다. 전반적으로 보자면 여타 400W 제품보다는 월등히 비쌀 충분한 이유가 있고, 어떻게 보면 500W 제품보다 비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ZEN400의 하드웨어는 분명 500W 이상의 파워 서플라이 그 자체이고, 팬을 채용하진 않았지만 이를 보상하기 위해 대형의 히트싱크 두 개와 알루미늄 블럭을 직접 가공해 만든 하나의 외부 히트싱크, 그리고 케이스 자체를 모두 알루미늄으로 만든 방식은 팬 하나의 가격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결국 원가 측면에서 볼 때 이 제품은 일반적인 500W급 파워 서플라이 그 이상의 가격을 받을만한 여러 가지 이유가 충분한 제품이다. 요즘 굉장히 정숙해진 파워 서플라이의 미세한 팬 소리를 없애기 위해 그만한 가격을 치를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사용자 개개인의 판단에 맡긴다 해도 400W 출력인 이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500W급 파워 서플라이 이상의 비용, 정성과 노력, 그리고 연구가 뒤따랐다는 점은 우리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 500W로 변신?

 커다란 알루미늄 히트싱크의 채용으로 매우 높은 열 버퍼 능력을 가지게 된 점은 이 파워 서플라이가 약간의 쿨링으로도 기대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여기에 대개의 파워 서플라이가 채용하고 있는 120mm 팬을 하나 장착해 느끼기 어려운 소음을 내는 정도로만 구동해 준다 해도 그로 인해 얻어지는 효과는 일반 파워 서플라이에 비해 월등하다 할 수 있는데, 그만큼 ZEN400의 히트싱크는 효과적이고, 또 충분히 크다.

 400W 그대로를 사용할 유저들이라면 완전한 무소음 그대로를 이용할 수 있고, 500W로 이용하고자 하는 유저들이라면 매우 저렴한 약간의 비용으로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500W 파워 서플라이로 만들 수 있다. FSP의 이름과 신뢰, 그리고 이 제품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기타 이름 있는 제조사의 500W 파워와 동등한 수준의 가격에 판매되지 않을까 싶은 제품인데, 위의 사진에 보이는 두터운 알루미늄 히트싱크에 적당한 사이즈의 팬을 하나 붙여준 후 정말로 느끼기 힘든 수준으로 이 팬을 구동시키자. 그정도면 500W 출력을 감당하는데 충분하니까 말이다. 물론 이미 시스템 내부에 도움을 받을만한 팬이 구동되고 있는 환경이라면 그걸로 족할 수도 있다.

 지극히 일반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진짜 무소음을 구현한 제품이 나타났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제품을 테스트하는 내내 완벽에 가까운 마무리와 훌륭한 출력 특성, 그리고 완벽한 무소음에 스스로도 많이 감탄했고, "갖고 싶다" 라는 욕구가 들었던 것도 솔직히 인정해야 할 사실이다. 하지만 이 400W 파워를 내 비용을 들여 스스로 구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여지 없이 갈등에 빠지고 만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이 제품에 그만한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갈피를 잡기 어렵기 때문인데, 그만큼 ZEN400이 가져온 새로운 개념에 대한 가치의 측정이 어렵다는 말도 될 수 있다. 이러한 ZEN400이 유독 까탈스럽고 눈 높기로 이름난 대한민국의 마니아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아낼 수 있을까? 이는 정말 가늠하기 힘든 문제이지만 자못 궁금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들의 새로운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이제 지켜보는 일만 남아있다.